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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걷는 답사

고즈넉하게 눈쌓인 관음사를 가다

by 여랑 2014. 2. 10.

한숨 더 자고 싶다는 유혹을 뿌리치고 관음사를 갔다왔습니다.

오랜만에 찾은 관음사는 이젠 평소에는 많은 사람이 찾는 사찰이 되어버려 번잡스러움을 느끼지만 오늘처럼 눈이 많이 쌓인 날에는 그러한 번잡함이 없어 너무나 고즈넉 했습니다.

 

제주에 불교가 전래된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다. 고려대장경 제30권 法注記(법주기)에 “부처님의 16존자 가운데 6번째 발타라존자가 자기 권속 9백 아라한과 더불어 耽沒羅洲(탐몰라주)에 많이 나누어 살았다.”는 기록에서 탐몰라주를 탐라(제주)라고 해석하여 2000년 이전이라고 주장(이능화 1918년 간행 조선불교통사)하기도 하나, 탐몰라주가 탐라와 일치하는지 여부도 논란의 대상이고 그 이외의 근거가 없어 정설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1601년 청음 김상헌이 쓴 기행문 남사록(南槎錄) 존자암條에 충암 金淨(김정)의 존자암記를 인용하여 ‘존자암이 된 것은 삼성(高良夫)이 처음 일어난 때 만들어져서 삼읍이 정립된 후까지 이어져 내려왔다.’라고 쓰고 있지만 이 또한 삼성이 처음 일어난 시기 자체가 신화여서 연대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사찰 창건 연대과 관련된 유물로는 하원동 법화사지에서 1992년 발굴 때 출토된 명문(銘文) 기와가 있다. 기와에는 《至元六年己巳始重 十六年己卯畢》이라고 새겨져 있다. 至元六年己巳는 원종10년(1269)이며, 至元十六年己卯는 충렬왕5년(1279)이다. 이보다 앞선 기록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창건 연대는 알 수 없으나 법화사는 13세기초 이전에 창건되었음을 알 수 있다.

고려시대에는 수정사, 원당사를 비롯한 많은 사찰이 존재했거나 창건되었었는데 조선시대에 들어선 후 숭유정책(崇儒政策)의 영향을 받아 매우 쇠퇴하였기 때문에 제주에는 오래된 사찰이 남아 있지 않다. 따라서 전통적인 사찰의 시설을 볼 수 없는 안타까움이 있다.

어쨋든 관음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입구에 서면 입구에서부터 사찰 건물들을 만나게 되는데 처음으로 마주하는 건물이 일주문이다.

 

1. 일주문(一柱門)

일주문은 네 기둥[四柱]을 세우고 그 위에 지붕을 얹는 일반적인 가옥 형태와는 달리 일직선상의 두 기둥 위에 지붕을 얹는 독특한 형식을 갖추고 있다.

사찰에 들어가는 첫 번째 문을 독특한 양식으로 세운 것은 일심(一心)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한다. 신성한 가람에 들어서기 전에 세속의 번뇌를 불법의 청량수로 말끔히 씻고 일심으로 진리의 세계로 향하라는 상징적인 가르침이 담겨 있다.

즉, 사찰 금당(金堂)에 안치된 부처의 경지를 향하여 나아가는 수행자는 먼저 지극한 일심으로 부처나 진리를 생각하며 이 문을 통과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일주문은 부처님이 살고 있는 세계인 수미산으로 들어가는 첫 관문이다. 한라산이 부처님이 사는 세계라고 한다면 등산로 입구에 있는 매표소쯤 되는 셈이다.

                                                      일주문을 지나 관음사로 들어가는 길

 

사찰에 가면 처음 만나는 문으로 속세와 불보살님들의 세계의 경계를 상징하며, 속세에서의 산란했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합장 반배하고 입장한다. 일주문의 지붕은 대부분 화려하게 꾸며져 불보살님들의 세계인 불국토를 사바세계에 나타내고자 하였다. 일주문 편액(扁額)은 사찰의 특성을 잘 나타내며 주로 사찰이 속한 산의 이름과 사찰이름을 나타낸다.


관음사로 들어가는 길에 늘어서 있는 부처석상들. 머리에 이고 있는 것은 천개라고 하는데 부처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대웅전 안에도 부처님을 모신 단에는 덧집을 만드는 경우가 흔하다.

 


 

2. 삼법인

삼법인은 ①제행무상(諸行無常) ②제법무아(諸法無我) ③열반적정(涅槃寂靜)이며, 이 세 가지에 일체개고(一切皆苦)를 더하면 사법인이 된다. 대부분의 경전에서 사법인을 무상·고·무아·열반의 순으로 열거하고 있다.

①제행무상:제행이란 생멸변화하는 일체의 형상법을 가리키며, 유위(有爲)와 같은 뜻이다. 모든 현상은 잠시도 정지하지 않고 생멸변화하므로 제행무상이라 한다. 제행이 무상하다는 것은 눈 앞의 사실로서 경험하고 있는 것이며, 특별한 증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법인 중에는 제행무상을 가장 앞에 두게 된 것이다.

②제법무아:제법의 법은 무아성(無我性)의 것을 뜻하며, 이 제법은 제행과 마찬가지로 현상으로서의 일체법을 뜻한다. 무아는 ‘아가 없다.’, ‘아가 아니다.’는 뜻이며, 아(我)란 생멸변화를 벗어난 영원불멸의 존재인 실체 또는 본체를 뜻한다. 이와 같은 실체와 본체는 경험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이 존재하는지 아닌지가 분명하지 않은 무기(無記)라 하여, 불교에서는 이를 문제삼는 것을 금지하였다.

③열반적정:열반은 ‘불어 끄는 것’ 또는 ‘불어서 꺼져 있는 상태’라는 뜻으로, 번뇌의 불을 불어서 끄는 것이다. 불교의 이상(理想)은 곧 열반적정이다. 석가모니가 인생의 고(苦)를 불가피한 것으로, 우선 단정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종교적 안심(安心)의 세계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일주문을 넘어서면 다음으로 마주하는 건물이 천왕문이다. 천왕문은 부처님이 세계인 수미산을 사방으로 수호하는 왕들이 지키는 곳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3. 천왕문

 

◉ 북쪽의 수호신 다문천왕 (多聞天王)= 검은색

북쪽은 다문천왕으로 손에 비파를 들고 있다. 즐거움의 감정을 주관하고 겨울을 관장하며 야차와 나찰을 거느리고 있다.

◉ 동쪽의 수호신 지국천왕(持國天王) =청색, 푸른색

동쪽은 지국천왕으로 손에 칼을 들고 있으며 인간 감정 중 기쁨의 세계를 관장하고 계절은 봄을 관장한다. 술과 고기를 먹지 않고 향의 향기만 맡는다는 음악의 신인 건달바와 부단나의 신을 거느리고 있다.

◉ 남쪽의 수호신 증장천왕(增長天王)=붉은색

남쪽은 증장천왕으로 손에 용과 여의주를 들고 있으며, 사랑의 감정을 주관하며 계절은 여름을 관장한다. 구반다(사람의 정기를 빨아먹는 귀신. 말머리에 사람의 몸을 취하고 있다)와 아귀를 거느린다.

◉ 서쪽의 수호신 광목천왕(廣目天王)=하얀색

서쪽은 광목천왕으로 손에 삼지창과 보탑을 들고 있으며 노여움의 감정을 주관하며 가을을 관장하고 용과 혈육귀로 불리는 비사사 신을 거느린다.

천왕문을 지나면 대웅전을 맞이하게 된다.

원래 전퉁족으로 사찰에는 일주문, 금강문, 천왕문, 불이문(해탈문), 대웅전으로 이어지지만 이곳 관음사에는 금강문과 불이문은 없다.

매표소 격이 되는 일주문을 지나고, 금강문을 지나면서 불법을 안후, 안과 밖이 둘이나고 너와 내가 둘이 아닌 것을 안다는 불이문을 지나야 드디어 부처님이 있는 집인 대웅전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관음사 대웅전

4. 대웅전

대웅전은 사찰의 중심이 되는 전각으로, 큰 힘이 있어서 도력(道力)과 법력(法力)으로 세상을 밝히는 영웅을 모신 전각이라는 뜻이다.

 ‘대웅(大雄)’은 고대 인도의 ‘마하비라’를 한역한 말로, 법화경에서 석가모니를 위대한 영웅, 즉 대웅이라 일컬은 데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대웅전에는 중심에 불상을 안치하는 수미단(須彌壇)과 신중(神衆)을 모시는 신중단, 그리고 영가(靈駕)를 모시는 영단을 두고 각 단마다 탱화를 모신다. 또 촛대와 향로 등의 불구(佛具)를 마련해둔다.

본존불인 석가모니불에는 좌우에 협시불(脇侍佛)을 세우는데, 협시불로는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세우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형태이다. 아미타불과 약사여래를 세우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는 격을 높여 대웅보전이라 한다.

또 자기의 이상을 실현한 극락정토에서 늘 중생을 위하여 설법하고 있다는 극락의 주불인 아미타불(阿彌陀佛)을 모시는 사찰도 있는데, 아미타불을 모시는 극락전을 아미타전 또는 무량수전(無量壽殿)이라고 한다.

아미타불의 좌우 협시로는 중생을 극락으로 인도하는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 또는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을 둔다고 한다. 

대웅전 마당에 있는 석탑


대웅전앞 마당

5. 지장전(명부전, 시왕전)

대웅전 오른쪽으로는 지장전이라고 편액이 걸려 있는 전각이 있다. 지장전(地藏殿), 명부전(冥府殿), 시왕전(十王殿)이라고도 부르는 이 전각은 염라대왕 등 10왕을 모신 전각인데 주존은 지장보살(地藏菩薩)을 모신다.

이 세상이 아닌 어두운 세계인 명부세계(冥府世界)의 왕인 염라대왕을 모신 곳이라 하여 명부전이라 하며, 또한 염라대왕 한 분만 아니라 유명계(幽冥界)의 심판관 즉, 지옥에 있어서 죄의 경중(輕重)을 정하는 열 분의 왕(十王)을 모신 곳이라 하여 시왕전(十王殿)이라고도 한다.

시왕중 제1 진광대왕, 제2 초강대왕, 제3 송제대왕, 제4 오관대왕, 제5 염라대왕, 제6 변성대왕, 제7 태산대왕이 있다.

장례때 49제를 지내는 집안이 있는데 이는 사람이 죽으면 그날부터 49일까지는 7일마다 각 7대왕이 심판을 맡으며 그 뒤 백일에는 제8 평등대왕, 소상 때는 제9 도시대왕, 대상 때는 제10 오도전륜대왕이 차례로 생전에 지은 선업과 악업 등 잘잘못을 심판한다고 한다.

명부전(冥府殿) 안에는 지장보살을 봉안하고 있기 때문에 지장전(地藏殿)이라고 한다. 명부 시왕을 모신 주좌(主座)에 지장보살을 모시는 일이 있는데 이 경우에도 지장전이라는 이름 대신 명부전, 시왕전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예가 많다.

대웅전 왼쪽 위쪽으로는 삼성각이 있다.

6. 삼성각

삼성각은 불교가 한국 사회에 토착화하면서 고유의 토속신앙이 불교와 합쳐져 생긴 신앙 형태이다.

이러한 삼성 전각은 보통 사찰 뒤쪽에 자리하며, 각 신앙의 존상과 탱화를 모신다. 삼성을 따로 모실 경우에는 산신각(山神閣]·독성각(獨聖閣. 나반존자를 모신 전각)·칠성각(七星閣. 북두칠성으로 상징되는 칠원성군을 모신 집) 등의 전각 명칭을 붙이나 함께 모실때는 삼성각으로 부른다고 한다. 

사찰음식

점심때가 되어서는 사찰음식으로 요기를 하고 왔다. 공양을 하고 와야하는데 오히려 축내고 온다는 생각에 조금 미안했지만 음식은 조미료가 안들어간 사찰음식이라도 입에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