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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이야기/오름마다 전해지는 끝모를 이야기들

제주섬속의 전설-관덕정 상량식

by 여랑 2011. 5. 9.

제주도내에는 오름마다 골짜기마다 지역마다 마을마다 전해 내려오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그 속에는 당시 사람들의 삶의 경험과 지혜가 녹아있고 애환이 스며있다.

그중에는 제주의 대표적 조선시대 건축물인 관덕정에 대한 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세종 30년(1448년)에 신숙청에 의해서 군사 훈련청으로 세워진 관덕정은 호남제일정이라 불릴정도였는데 상량식에 관한 것이다.

관덕정을 지으면서 신숙청은 전국에서 유명한 목수들을 불러들였는데 집은 다 지으면 쓰러지고, 지으면 쓰러졌는데 참여한 목수들도 도무지 알지를 못했다.

여러번 이러기를 반복하자 목수들은 이번만은 쓰러지지 않게 짓겠다고 다짐하며 치밀한 계산을 하고 신중에 신중을 기해 진행해 나갔다.

그러던 어느날 어떤 스님이 지나가다가 건축중인 것을 보고는 “또 쓰러지겠군” 하고 중얼거렸고 이를 목수 몇몇이 들었다.

목수들이 “당신이 뭘 안다고 불길한 소리를 늘어놓느냐”고 소리치자 그 스님은 묵묵히 가던 길을 그냥 갔다.

그런데 관덕정은 그렇게 신중하게 진행했는데도 완공이 되지마자 쓰러지고 말았다. 목수들은 낙심했고 그중에서 지난날 그 스님의 한 말이 무슨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사방팔방으로 수소문해 나섰고 드디어 찾을 수 있었다.

그 스님은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고 묻는 목수들에게 “닭이나 돼지 상량식으로는 안되고 사람을 희생하는 상량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목수들이 “어떻게 사람을 희생시키는 상량식을 하며서 집을 지을 수 있느냐”고 하자 그 스님은 “어렵지 않다.아무날 아무 때에 상량식을 할 것으로 준비하고 ‘상량’하고 큰소리를 지르면 지나가던 솥장수가 죽을 것이니 그를 희생하여 상량식을 치르면 된다”고 대답했다.

목수들은 스님의 말이 황당무계한 것이라고 느끼면서도 다른 방도가 없어서 그대로 한번 해보자고 하고 공사를 다시 진행하고 상량식을 준비했다.

기다리던 상량식 날짜가 되어 목수들은 의식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때 때마침 동쪽에서 솥장수가 머리에 큰 솥을 이고 행사장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드디어 솥장수가 관덕정 앞마당에 이르자 ‘상량’하는 큰소리가 울려퍼졌다. 솥장수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고 머리를 들어 쳐다보려고 하는 순간 솥이 무거워 넘어지며 솥의 언저리에 목이 깔려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이렇게 상량식을 치른 관덕정은 무너지지 않았고 원래 목적대로 완공될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 이야기가 어떤 의도로, 어떤 교훈을, 어떤 메시지를 던져 주기위해 만들어 졌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조그마한 초가삼간이든 큰 기와집이든 집 한칸을 짓는 것은 옛날에 큰 공사였다.

특히 제주같이 물질적 생산능력이 부족했던 지역에서는 그 삶이 더 팍팍할 수 밖에 없었고 그 와중에 집 한칸 짓는 일은 일생에 한번이었으므로 깊은 정성을 다해 상량식을 했고 집을 완성한 이후에는 성주풀이까지 하는 것이 관례인 것을 보면 마음을 다 바쳐야 함을 일깨우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지금은 성주풀이를 안 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상량식 하는 것도 아주 간소해진 것을 보면 예전의 정성과 준비를 비교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