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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여행정보/오름의 왕국

오름이란?

by 여랑 2011. 11. 23.

1.오름이란

제주어인 '오름'의 어원은 악(岳)을 나타내는 사투리로 오로음(吾老音)과 올음(·音)에서 나온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오름을 한자로 표기할 때 주로 '岳(악)'으로 쓰다가 19세기말 경부터 '봉(峯·峰)'으로 대체됐으며 오늘날에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산(山)을 뜻하는 고유어 '뫼'의 흔적도 있어 오름은 산의 의미로도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하나의 대상을 두고 '00악', '00오름' 등 2가지 이름을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00봉', '00산' 등 3~4가지 명칭으로 불리는 곳도 많다.

어쨋든 오름은 제주섬의 독특한 자연경관을 이루는 봉우리를 뜻하는 제주어의 개념을 넘어 '올레'와 함께 대한민국의 보편적 단어이자 제주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제주의 오름군락

2.오름의 수

도내 오름 수자는 368개로 파악된다. 막연히 300여개로 통칭돼 오던 것이 제주도가 1997년 항공사진 등으로 오름을 전수조사한 뒤 발간한 '제주의 오름'에서 368개로 공식 확인했다.

앞서 1995년 '오름나그네'를 펴냈던 김종철도 오름의 숫자를 330여개로 봤다. 1997년 조사 당시 2만5000분의1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오름이 149개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작고 중요시 되지 않았던 오름들이 누락됐던 탓으로 보인다.

3.오름의 역사

제주 오름의 개념은 한라산 정상의 백록담을 제외한 제주도 일원에 분포하는 소화산체로 화구를 갖고 있으면서 화산분출물에 의해 형성된 독립화산체 또는 기생화산체이다.

이러한 제주의 오름들은 대부분 신생대 제4기 플라이스토세(Pleistocene·약 200만~300만년에서 1만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독립 화산체 또는 기생 화산체를 형성할 수 있게 했던 화구를 사라진 원추형 등의 오름은 형성 단계에서 메워졌거나 일정시간이 경과하면서 함몰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소화산체는 규모가 매우 작은 독립화산 또는 기생화산을 의미한다. 바로 제주도의 오름들이다. 특히 기생화산(Parasitic volcano)은 측화산(Lateral volcano)이라고도 하는데 화산체가 커져 화도가 길어지면서 발생한다.

즉, 분화의 압력이 낮을 때 용암이 탈출하기 쉬운 균열을 통해 분출, 작은 화산을 형성하지만 측화산의 화도는 작아 곧 용암으로 메워지고, 또 다른 균열에서 용암이 분출해 작은 화산을 형성하는 현상이 이어지면서 작은 면적에 많은 오름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4.오름의 형태와 분포

제주도의 오름은 응회환·응회구·마르·용암돔·분석구 등의 형태로 존재한다. 분석구는 형태에 따라 원추형·원형·말굽형·복합형으로 구분되며 도내엔 말굽형 174개(47.3%), 원추형 102개(27.7%), 원형 53개(14.4%), 복합형 39개(10.6%)로 분류되고 있다.

도내 오름은 표고 200~600m의 중산간 지대에 전체의 46.5%인 171개가 집중돼 있고 200m이하 해안저지대에 105개(28.5%), 표고 600m이상 고지대에 92개(25.0%)가 있다.

지역별로는 제주시 동지역 59개와 읍면지역 151개(한림 16·애월 50·구좌 40·조천 30·한경 13·우도 2개), 서귀포시 동지역 37개와 읍면지역 121개(대정 8·남원 29개·성산 22개·안덕 31·표선 31개) 등이다.

5.오름의 분류

제주도내 368개 오름들중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오름은 제주시의 '장구목'(표고 1813m)이고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오름은 성산읍의 '붉은오름'(표고 33m)이다.

비고(比高)로 구분하면 50m미만 115개(31.3%)·50~100m 136개(40.0%)·100~150m 91개(24.7%) 등 150m 미만이 96%를 차지하며 250m은 5개다.

비고 최고와 최저는 389m의 서귀포시 '오백나한'과 고작 6m의 한경면 '가메창'이며 가장 넓은 오름은 안덕면 군산(283만6857㎡), 가장 작은 오름은 성산읍 붉은오름(5343㎡)다.

제주도 전역 368개 오름의 소유 현황은 국유지 107개(29%)·공유지 57개(15%)·공동 소유 37개(10%)· 재단 소유 15개(4%)·사유지 147개(41%)·기타 5개(1%) 등이다.

6.오름과 제주인

오름은 제주민의 삶과 뗄레야 뗄 수가 없는 대상이다. 신앙적 성소였을 뿐만 아니라 마을 형성의 모태였다. 오름 자락에 집을 짓고 밭을 일구었다.

오름에서 열매를 따고 땔감을 얻었다. 오름은 개발의 바람 속에선 생채기를 당하면서도 자신의 몸을 내주었다.

곶자왈이 제주의 허파라면 오름은 심장이다. 곶자왈이 산소를 냈다면 오름은 물을 줬다. 혈액이 심장에서 나가 우리 몸을 돌듯 오름을 타고 오름 속으로 들어간 빗물은 땅속을 돌며 제주의 곳곳에 생명을 틔우는 지하수가 되었다. 그러고 보면 오름은 제주인의 삶 그 자체였다.

오름은 그렇게 제주인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인연을 가졌지만 과거에 그것은 목축, 땔감 등 생계와 생활을 위주로 맺어왔다면 지금은 건강과 취미 그리고 여행과 관광으로 대변되고 있다.

오늘날 오름이 제주인에게 레저와 건강,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제주의 속살로 다가서게 된 것은 20여년전 1990년초 오름을 좋아했던 산악인 김종철님이 지방언론에 '오름나그네'를 연재하고 그것을 나중에 3권의 저서로 펴낸후 제주인에게, 대중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으면서 오름은 우리들 곁으로 성큼 다가서게 됐다.

'오름나그네'로 불린 김종철님은 자신이 쓴 저서「오름나그네」서문에서 "오름이 없는 바람만 스산한 죽음의 황야 같은 땅을 섬 사람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 오름자락에 살을 붙여 뼈를 묻혀 왔다. 한라산을 비롯한 오름들은 제주신화 신들의 고향"이라고 했다.

과연 오름없는 제주를 상상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