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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이야기/한반도의 첫봄 대평리로 옵서

대평리-한반도 봄의 시작을 알리고

by 여랑 2011. 4. 30.

제주에 봄을 제일먼저 알린다는 안덕면 대평리(大平里). 안덕계곡 입구에서 남쪽으로 난 군도를 따라 대평리로 발길을 돌린다. 겨울속에서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동서고금을 떠나 모든 사람들이 한결같은 심정이다. 구불구불 휘어진 길을 내려가다보니 철이른 유채꽂이 길가에 한 무더기 수줍게 피어 오고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붙잡는다. 여기는 겨울속에 벌써 봄인가 싶다.

조금더 내려가니 길 왼편에 북성사․성관사라는 절이 나오고 '큰드르','난드르'라는 우리말의 한자표기인 대평리가 한눈에 들어오고 태평양이 와락 안겨오는 듯한 느낌이다. 남쪽의 대양을 제외한 삼면이 병풍과 같은 절벽과 언덕으로 이루어진 한가운데 자리잡은 대평리는 마치 둥우리 속의 알처럼 보인다.

마을 어귀인 햇모루는 고지대에 자리하고 있어 이곳에서 내려다 본 대평리의 풍경은 평온하기 그지없다. 해안가에 고즈넉히 자리잡은 크고 작은 먹돌들은 밭을 이뤄 햇살에 부딧치며 발하는 빛깔이 눈부시다.

다소 경사진 길을 따라 마을로 내려가면 굽이치는 길이 산계곡을 휘젖는 듯하여 운치 또한 그만이다.

# 병풍처럼 펼쳐진 박수기정바위에 탄성 절로

바닷물이 밀려간 자리에는 온갖 동물들의 형태와 연꽃이 피어오르는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나면서 마치 자연수석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마을 포구인 당포에서 서쪽 5백여m에는 박수기정바위라 불리는 바위가 있다. 높이 40여m, 길이 3백여m에 달하는 기암절벽은 뒤로는 한라산을, 앞으로는 형제섬․송악산․가파․마라도를 껴안고 태평양을 지켜보며 병풍처럼 펼쳐졌는데 그 웅장함에 보는 이들로 하여금 저절로 탄성을 연발케 한다.

지금은 대평포구에서 화순항까지 이어지는 올레9코스가 이 박수기정바위 위를 지나도록 돼 있어 바위위에서 태평양을 바라보는 경치 또한 시원하게 한다.

북쪽 꼭대기엔 이웃과의 거리가 멀어 서로 내왕하지 못해 화순과 통하는 길을 만들게 됐는데 절벽을 깎고 암반을 쇠망치로 쪼아 다리를 만들었다는데서 유래된 '조슨 다리'가 자리잡고 있다.

이다리 밑 지상 1m에서 샘물이 솟아올라 이물을 박으로 떠 마셨다는데서 이름이 붙여진 '박수'.

쩍쩍 갈라질 듯한 암반들 사이에서 물줄기가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거니와 깨끗하고 시원해 약수로 알려지면서 백중날이면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 떨어지는 물을 맞으며 하루를 즐겼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해안절벽 중간지점에는 또 인간이 살다 저승으로 간다는 '저승문'이란 바위가 기괴한 모습을 보이며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기도 한다.

이곳은 지금도 낚시및 행락객들의 발길이 끊기질 않는다.'박수'바로 앞 해안의 깊은 수심과 풍부한 어종이 낚시인들의 발길을 부여잡고 있기 때문이다. 파도가 셀 때는 감성돔을 올리려는 조사들이 대거 몰려들기도 하는데 이 부근에서 주로 잡히는 어종으로는 갯돔․돌돔․따찌 등 종류도 여러가지.

이 마을은 55년전 도민 수만명이 학살되면서 피해가 없는 집안이 없을 정도로 폭넓은 피해를 냈던 4․3때에도 한 명의 주민도 피해를 입지 않은 곳이라고 한다. 이유는 지형적으로 마을을 중심으로 동쪽으로는 중문․연리가 접해 있고 서쪽으론 조슨다리가 길게 늘어져 진을 치고 있다. 그리고 북으로는 창천․감산리가 버티어 서 있고 마을 앞은 바다이기에 피해가 없었다고 한다.

이 처럼 뒤로는 병풍기정과 군산이 버티고 있고 앞으로는 마라도와 가파도, 형제섬을 비롯해 송악산까지 조망할 수 있는 대평리는 그 뛰어난 풍광으로 인해 80년대 들어 심한 부동산 열병을 앓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