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제주이야기/해뜨는 곳에서 부르는 찬가

선돌-번잡한 속세의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by 여랑 2011. 10. 19.

사라오름에서 내려와 성판악을 출발한 차는 서귀포로 향해 내달린다. 그렇게 15분여를 가니 서귀포시와 남원읍을 경계짓는 남서교에 도착했다.

선돌은 여기서 다시 한라산쪽으로 한참이나 올라가야 한다. 남쪽으로 난 좁은 한적한 산길을 따라 산을 오르려니 벌써부터 사람의 흔적이 별로 묻어있지 않은 듯이 깨끗하다.

그렇게 오르기를 20여분 선돌에 이르기전 진입로에 들어섰는데 앞에 펼쳐진 모습에 탄성이 절로난다.

마치 거친 산세속에 어떻게 이런 분지가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에 스쳐간다. 축구경기장은 족히 될 것같은 평평한 분지에 마치 한적한 동양화를 옮겨다 놓은 것을 연상케하는 풍경에 적잖이 모두들 놀라는 표정들이다.

                                          선돌 아래에 아담한 분지에 자리잡은 선원

서쪽으로는 하늘높이 뻗은 소나무 여나믄 그루가 정겹게 서 있고 밤나무와 그외의 유실수들도 몇몇 보인다. 선돌은 그 분지 뒤에 위용을 자랑하며 솟아 있었다.

우리는 선돌을 먼저 보기위해 이런 풍경을 가로질러 갔다. 선돌을 보고 난후 돌아오면서 자세히 보자고 했기 때문이다. 분지를 가로질러 30여분을 산으로 오르니 우리는 선돌에 도착했다.

선돌은 그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신비한 녹음과 노목들이 하늘을 당당히 받치고 있는듯해서 마치 신선이 우뚝 서서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위압적이었다. 그 높이가 10m는 될 듯싶다.

암벽을 타고 힘겹게 정상에 오르니 마치 인간의 정복을 거부라도 하듯 때아닌 광풍이 거세게 불고 있었다. 올라올 때 땀을 흘릴 정도로 더운 날씨였는데 봉우리 정상에 앉아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오싹 소름이 돋을 정도로 춥고 매운바람이 또한 신비함을 더하게 한다. 신이 노해서 금새 비바람이라도 몰고 올 듯한 매서운 날씨였다.

바위꼭대기에는 바위임에도 불구하고 몇해를 모진 비바람에 시달렸는지 옆가지만 무성한 노송이 묵묵히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암벽 정상에서 보는 풍경 또한 만만치 않았다.

양옆으로 녹음이 짙푸른 봉우리들이 호위하듯 둘러싸였고 앞쪽으로는 훤히 트여서 서귀포시가지가 시원하게 한눈에 들어왔다.

선돌은 그 명명 유래가 정확하게 알려지고 있지는 않지만입석(立石)’또는仙돌이라는 의미로 전해지고 있으며 영령이 짓든 바위로 옛 조상들이 신앙처럼 모셔왔던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바위 아래쪽에는 제를 지내거나 무엇인가를 빌면서 사용한 듯한 용품들이 눈에 띈다.


우리는 다시 아까 선돌입구의 분지로 내려왔다. 여기서 잠시 쉬면서 이곳 풍치를 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듯 싶다.


이곳에는 선도암이라는 조그만 암자가 아담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말끔한 초가로 금방 단장한듯한 암자가 소담스럽게 앉아 있고 암자 주변으로 거대한 적송과 밤나무가 어우러져 은은한 풍치가 과연 무릉도원을 연상케 한다.


# 마음까지 평안해지는 하는 주변환경에 세상근심 사라져

문득, 저 암자 마루에 앉아 조용히 눈을 감으면 지금까지 집착하며 얽매었던 세상 근심이 한순간에 풀려나갈듯도 하다.

그리고 선돌바위 옆 주턱을 따라 한여름에도 소름이 돋을 만큼 차갑고 생생한 물줄기가 흐르는데 이 줄기가 모여 암자 아래쪽에 조그마한 연못을 이루고 있다.


연못에는 연꽃이 무성했고 둘레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모양의 돌맹이로 둘러져 있어 그 모습이 더욱 앙증맞고 귀엽다. 자연과 인간의 사이좋은 조화를 엿보는 듯 하다.

이곳은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으로 출입이 통제되고 있어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도심지에서 가깝고 또 찾아가기가 쉬워 머지않아 행락객들의 발길이 잦아질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서 같이 느끼고 감동받는 것도 좋지만 더 이상 인간의 손길을 막아 자연 그대로 보존할 수 있는 보물로 묻어두고 싶은건 욕심 탓일까.

더이상 퇴색하지 말고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주길 바라며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